일본 쌀값 오름세 16주째 이어져
일본의 쌀값 오름세가 꺽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간 일본 수퍼마켓 평균 판매가격은 5킬로 그램 기준 4220엔으로 전주대비 3엔이 또다시 올랐다. 이로써 일본 쌀값은 벌써 16주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해 같은 기간의 2088엔에 비해 두 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판매량 역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9% 증가했다.
일본 정부가 벌써 올들어 세번째 비축미를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가격 오름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비축미가 일반 수퍼마켓 매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두번째 비축미 입찰 이후 일본의 쌀 도매업자들조차 비축미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현지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에도 일본 쌀값은 이미 전년대비 46.6% 상승했다. 1971년 오일쇼크 이후 최대폭이다. 같은 해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년대비 2.7% 상승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쌀값 상승이 소비자 물가상승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지난 해 일본의 쌀값 상승은 기록적인 이상기온과 폭우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 주요 쌀 생산지의 수확량이 급감했다. 니가타현, 아키타현 등 주요 생산지에서 태풍과 병충해로 예상생산량의 80% 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여기에 2024년 가을 서일본을 강타했던 대형지진으로 물류체계에도 타격을 주자 소비자들의 불안심리가 가세했다. 쌀 사재기가 발생하면서 시장수급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일본정부로서도 뚜렷한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축미 방출은 마른 논에 물대기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비축미가 가격인하를 유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 도쿄대학교 대학원의 미쓰요시 안도(安藤光義) 농학생명과학연구과 교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축미는 분명 낮은 가격에 공급되고 있지만, 일본 도매업자들이 지난해 가을부터 높은 가격이 쌀을 수매해온 탓에, 쉽게 가격을 낮추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쌀값 상승과 동반해 일본 식품가격도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일본 국민들의 실질 소비여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해 일본 가계 전체 실질 소비지출은 1.1% 감소했다. 엥겔지수는 28.3%에 달해 1982년 이후 4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쌀과 기본식재료의 가격상승으로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신용대출등의 소비자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해 말 일본의 소비자 대출 잔액은 4조4117억엔으로 전년대비 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쌀값 상승에 대한 대책마련이 쉽지 않자, 일본정부가 국민들에게 직접 생계비를 지원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전국민 1인당 50만엔의 긴급 현금 지급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시적 현금지원이 근본적인 대책이 되고 어렵고, 오히려 불필요한 물가상승만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정부의 고민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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