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이후 불상의 복장(腹藏) 의례: 법계(法界)의 구현
강희정 미술사와 시각문화 제18호
2016.12.08 364
강희정, <17세기 이후 불상의 복장(腹藏) 의례: 법계(法界)의 구현>, <<미술사와 시각문화>>18호, 2016



<초록>
조선 후기에 만든 불상과 불화는 뱃속에 복장을 넣음으로써 비로소 불상으로 완성된다. 복장에는 세계의 물질을 대표하는 5가지 세트를 집어넣은 후령통을 중심으로 경전과 진언, 각종 봉헌물이 포함된다. 복장을 불상 내부에 봉안하는 의식은 고도로 발달된 정통 밀교 의례를 바탕으로 한다. 후령통과 이를 감싼 황초복자, 기타 유물에는 실담 문자로 오륜종자, 진심종자를 써넣는다. 오륜종자가 대표하는 5불은 『금강정경』의 5불이며, 복장의례 역시 밀교의 전통을 따랐다. 의례를 통해 부처와 신도의 소통이 이뤄졌는데 그 매뉴얼을 밀교가 제공했다. 추상적인 현교 전통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밀교의 체계가 짧은 시간 내 많은 의식을 거행해야 했던 조선 후기에 훨씬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실담 종자, 입으로 외우는 다라니, 의식을 거행하는 제단(諸壇)은 밀교적인 요소들이다. 청정하게 베푼 복장단에서 밀교 철학에 기반한 우주를 축소하여 후령통에 구현하고 새로 만든 불상에 납입하는 의식은 물질로 만든 조각이나 불화를 성스러운 예배 대상 불타로 탄생시키는 종교적 행위이다. 세계를 대표하는 물질로 만든 후령통 구성과 이를 납입하는 행위로서의 불복장 의식은 밀교 의례지만 그 결과는 아미타불이나 석가모니불과 같은 현교의 부처님 탄생으로 귀결된다. 후령통은 삼세불과 삼신불을 초월하는 법계를 갖춘 것이며, 이를 납입하여 비로소 불상이 생명을 갖는다는 점에서 불모(佛母)의 역할을 한다. 후혈에서 나오는 오색실로 연결된 것 같은 밀교와 현교의 두 축, 즉 의례 절차는 고도로 발달한 밀교이되 그 결과는 현교의 부처님으로 생명을 갖는 것이 조선 후기 불교미술의 아이러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