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외교, 서두르지 맙시다 - 이선진
201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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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외교, 서두르지 맙시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다. 시작이란 언제나 희망과 의욕을 상징한다. 그러나 새 정부가 의욕만 앞세워 외교를 서두르는 일은 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출범 첫 해의 외교 행보가 5년 내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들은 취임하자마자 관례적으로 해외 방문을 서두른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3개월 만에 미ㆍ일ㆍ중 3국을 모두 방문했다. 국내외에 `새로운` 정부와 외교의 출범을 하루 빨리 알리고자 하는 의도였으나 외교가 갖는 복합성과 상징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서둘렀다. 그 결과 미국과의 동맹 회복이라는 큰 성과를 얻었지만 부작용도 성과 못지않게 컸다. 2008년 광화문 촛불시위, 한ㆍ미 동맹에 대한 중국의 노골적인 반발, 방일 얼마 후 일본의 독도에 관한 `학습지도 요령 해설서` 발표 등은 새 정부를 심하게 흔들었다. MB는 결국 그 해 6월 졸속외교에 대한 대(對)국민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대북한 정책도 우발적 사건에 끌려 다닌 5년이었다. 취임하던 해 7월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은 이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제기해 국제무대에서 북한 비난을 유도하려고 했다. 그 후 남북 관계는 5년 내내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사건을 국제이슈화할 경우 남북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외교적 여파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 새 정부 외교에 관해 세 가지를 건의한다. 첫째, `마차를 말 앞에 메는` 우를 범하지 마라. 대통령이 앞장서서 `빨리 빨리 외교`를 하면 외교진은 뒤처지게 마련이다. 마차를 말 앞에 메는 꼴이 된다. 앞으로 북한이 계산된 도발을 통해 새 정부를 시험하려고 할 것이며, 우리 우방이나 이웃들이 성급하게 자기들의 요구를 들이댈 것이다. 예상치 않은 돌발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교문제에 관한 한 서두르지 말고, 추후 5년을 생각해 냉정하게 움직여야 한다.

둘째, 경제 살리기를 외교의 최우선 목표로 삼으라. 향후 우리에게 닥칠 최대 도전은 경제다. 국내외 경제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이 시점에서 경제를 잘못 다루면 일본처럼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나 주변국과의 관계를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경제와 외교라는 두 위기를 동시에 감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변 정세가 안정돼야 한다. 첫 해외순방 국가를 선정함에 있어서도 미ㆍ일ㆍ중ㆍ러 순으로 방문하는 관례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 경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첫 방문지를 미국, 아세안, 중국으로 정해야 한다. 한ㆍ미 동맹은 우리 외교의 핵심이며, 중국과 아세안은 우리의 제1, 제2 경제 파트너다. 한국의 대아세안 무역은 대미국, 일본, EU 규모를 넘었고, 대아세안 투자는 중국을 추월해 한국 기업이 최근 가장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지역이다.

셋째, 초당적 외교라인을 짜라. 과감하게 중도인사, 진보적인 보수 인사를 외교라인에 포진시켜야 한다. 과거 진보 정부는 보수를, 보수 정부는 진보 인사와 정책을 배척해 온 관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리고 중량감 있는 인물을 외교부 장관에 임명해 `새로운 외교 틀`을 짜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거물 정치인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해 지난 정부의 군사안보 중심 외교에서 탈피하는 데 성공했다. 아시아 중시 정책도 그중 하나다. 이처럼 새 정부는 초당적인 외교라인과 중량급 외교부 장관 아래에서 대북정책과 정치경제안보가 망라된 외교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의 외교행보는 그 후 이루어져도 늦지 않다.

출처: 매일경제<2012.12.31>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866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