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새 정부는 ‘4강1중 외교’ 펼쳐야 - 신윤환 연구소장
2013.02.25
 
[기고] 새 정부는 ‘4강1중 외교’ 펼쳐야




 
박근혜 당선인이 14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 대사들을 만났다. 미·중·러·일 4강 대사들 다음으로, 유럽의 두 강국인 영국·프랑스 대사들과 같은 날 당선인이 동남아 국가 대사들을 접견했다. 이는 한층 강화된 아세안과 동남아의 위상을 가늠하게 해준다.

 지난 5년간 동남아는 더 가까워졌다. 경제적으로는 아세안과의 무역 규모가 미국·유럽연합(EU)을 추월했고, 경제·사회·문화적으로는 중국에 버금가는 중요한 지역이 됐다.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은 우리 중소기업을 살리는 주역이 됐다. 한국으로 시집 온 동남아 신부들은 한국의 미래인 다문화시대를 열고 있다. 동남아인들의 한국 대중 문화(한류) 사랑도 각별하다.

 동남아의 중요성과 실질적 가치가 커진 데 발맞춰 동남아와의 관계도 급속히 심화됐다. 한·아세안자유무역지대(AKFTA)가 발효됐고, 동남아 국가들과의 양자관계도 강화됐다. 2010년 한·아세안 관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2009년 한국이 주도하는 최초의 국제기구인 한·아세안센터가 서울에 설치됐고, 2012년 자카르타에 한국의 주 아세안대표부가 업무를 개시했다. 특히 2009년 제주도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조직하고 초청한 다자적 정상회의에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모두 참석해 한국의 위상을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이처럼 동남아와 아세안이 갖고 있는 다양한 외교적·전략적 가치와 잠재력은 새 정부가 주목하고 활용해야 할 중요한 정책적 자원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상호 불신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도 아세안이나 아세안지역포럼(ARF)을 활용한 프로세스를 진지하게 연구해 봄 직하다.

 지역관계와 안보 분야에서 아세안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은 한·미 군사동맹에 대한 의존을 완화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넘어서는 특별한 한·아세안 관계를 모색하는 것은 특정 강대국에 전적으로 기대거나 강대국들로부터 집단적인 안전보장을 약속받던 기존의 대외의존적 외교 기조와 전략으로부터 탈피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아세안 회원국 대사들을 일찍 접견한 것은 고무적인 행보다. 앞으로도 단순히 한·미 동맹이나 4강 외교의 틀에서 벗어나 아세안을 전략적 고려에 넣은 ‘4강(强) 1중(中) 외교’를 펼치기 바란다. 지난해 11월 재선 직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1월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첫 해외 순방지로 동남아를 선택한 대목도 깊이 새겨 봄 직하다.

 박 당선인의 취임 후 해외 순방도 강대국을 순서대로 찾아가는 관행을 답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용적이면서도 당당한 박근혜 정부의 외교를 기대한다.

신윤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동아연구소 소장

출처: 중앙일보, 2013.1.31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563022&cloc=olink%7Carticle%7Cdefault